2025년 추석특선영화로 방영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단순한 재난영화를 넘어, 한국 사회의 민낯과 인간 본능의 본질을 묘사하는 강렬한 영화입니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탄탄한 배우진과 현실감 있는 연출은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강제로 시청자에게 던집니다. 추석 명절, 가족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에 더 깊은 감상이 가능하죠. 이 리뷰에서는 재난 속 리얼리즘, 생존 본능의 충돌, 그리고 추석특선영화로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1. 재난의 리얼리즘과 콘크리트 유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단 하나의 온전한 건물인 황궁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생존극입니다. 이 영화는 기존 헐리우드식 재난 블록버스터와는 다르게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심리와 선택에 집중합니다. CG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말처럼, 이 영화는 도시가 무너진 이후에야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현실감을 더하는 설정은 뛰어납니다. 구조 요청은 끊기고, 국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드는 단 하나의 생존 공간. 아파트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이, 그 어떤 사막보다 낯설고 위협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전환은 충격적입니다.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은 초기에 친절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처럼 등장하지만, 점점 공동체를 통제하는 독재자로 변모해 갑니다. 권력은 어떻게 탄생하고, 누구의 동의로 유지되는가? 이 영화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직접적인 해답은 주지 않기에 더욱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재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라는 공간은 영화의 몰입도를 크게 높이는 요소입니다. 마치 우리 집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 익숙함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며, 무너진 도시에 남겨진 인간성을 조명합니다. CG나 특수효과 없이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은 시청자의 상상력과 심리를 자극하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생존 본능과 인간 군상의 충돌
영화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가입니다. 단순히 누가 착하고 누가 악하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 아래 인간이 선택하는 행동들에 대한 고찰입니다.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은 본래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지만, 극한 상황에서 조직을 통제하고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권력을 장악합니다.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점차 배제와 폭력, 사적 복수로 이어지며 인간이 권력을 얼마나 쉽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등장인물 모두가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박서준과 박보영 부부 역시 생존을 위해 때로는 눈을 감고, 때로는 침묵하며 상황에 적응하려 합니다. 관객은 인물들의 선택을 비판하면서도, ‘내가 그 입장이라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됩니다.
특히 아파트 주민과 외부인 간의 갈등은 현실의 사회 문제를 투영합니다. 계급, 집단 이기주의, 혐오와 차별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이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현실과 매우 밀접한 문제임을 환기시킵니다. 재난 상황이라는 설정은 그저 배경일뿐이고, 결국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다루는 것입니다.
이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인간 군상의 군집 심리와 도덕적 혼란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무게를 지닙니다. 보는 내내 불편하고 씁쓸하지만, 그래서 더욱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3. 추석특선영화로서의 가치와 메시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일반적인 추석특선 영화와는 결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명절 특선영화는 가족 간의 사랑, 휴머니즘, 유쾌한 감동 등을 전하는 데 비해, 이 영화는 냉혹한 현실과 인간 본성을 그대로 마주하게 만드는 무거운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추석특선영화로 적합한 이유는, 바로 그 무게감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명절은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모이는 시간입니다. 이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인가’, ‘공동체란 무엇인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영화 속에서는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이루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낯선 이들을 배제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짜 가족 같은 연대도, 상처를 극복하는 따뜻한 감정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추석 연휴 동안 OTT로 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가족들과 함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단순히 "재미있었다"를 넘어서,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우리 가족은 어떻게 행동할까?" 같은 질문이 오가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명절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됩니다.
2025년 현재, 사회적 거리감, 경제적 불안, 세대 간 갈등 등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영화 속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저 극장에서 끝나야 할 작품이 아닙니다. 추석이라는 시기를 통해 다시 돌아보기에,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이라는 소재를 빌려 인간의 본성과 집단의 어두운 그림자를 섬세하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명절이라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기에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더 큰 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족, 공동체, 생존, 권력, 도덕…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진지하고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2025년 추석특선영화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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